
내 사랑하는 아들 용훈아!
너가 벌써 청년이 되어 입대를 한다니 이 복잡한 기분을 달랠 길 없어 일을 멈추고 이렇게 편지를 쓴다. 근데 이렇게 편지를 쓰자마자 눈물부터 고이는 건 아마 아빠가 조금은 감상적인 사람이라서 그렇겠지~~
매일 보던 너의 얼굴을 이제 근 이년여 동안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.. 그리고 아직 돌봐주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이렇게 훌쩍 멀리 낯선 곳에서 새롭고 힘든 생활을 견뎌내야 하는 곳으로 널 보내야 하는 생각에.. 마음이 편치 않음은 아빠엄마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되는구나. 하지만 아빠엄마는 널 믿는단다. 마음은 여리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조금은 험하게 자라나와서 웬만한 파도는 너 혼자서 잘 헤쳐 나가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아빠 엄마의 마음 속에는 항상 있단다.
널 떠나보내며 어떻게 입대 파티를 해주면 아빠 엄마의 맘이 좀 진정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겨우 생각해낸 것이 엄마는 오랫동안 달인 곰국을 먹여서 조금이라도 보신을 시키자고 하고 아빠는 편지도 쓰고 중국집에 가서 멋진 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하자는 둥 얘기를 나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왠지 허둥대는 모습들로만 비춰지는 건 왜일까,.. 어떤 얘기 어떤 식사 어떤 노래를 불러도 허전함이 달래어지지 않을 것임은 뻔한데도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기 때문이겠지..
훈아! 이제 인생에서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해 작은 강을 타고 나가는 것이 입대라는 걸로 비유가 될 수도 있겠지? 아빠가 배를 탈 때 나가 보았던 겨울바다는 정말 매섭고 춥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노을, 잔잔한 파도, 쏟아져 내리는 별빛 등 아름다운 기억들도 많이 남겨주었고 그 많은 변화속에서 4년이란 세월도 금방 흘러 가더구나. 너가 이제 맞이할 겨울 강바람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하지만 작은 고통도 한때이고 지나고 나면 그 추억들이 정말 값지고 멋진 추억으로 남아 훈이가 세상에 나와 큰 바다를 헤쳐나갈 때 그 추억들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으면.. 하는 바램이구나.
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 훈이가 두 번의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.. 걱정도 많이 되지만 입대 동기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강한 정신력을 쌓아 위기들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단다. 요령껏 눈치껏 잘할 수 있겠지^-^ 그리고 훈이가 첫 휴가를 나올 때는 규칙적인 생활로 살이 통통히 오른 모습이 될거라는 기대도 벌써부터 하고 있단다. 그러러면 금연은 필수항목이란다...^^
이제 이틀 후면 내무반 침대에서 첫밤을 보내겠구나. 훈이가 없는 방도 아빠 엄마가 매일 잘 쓸고 닦으며 청소해두고 있을께. 훈이도 멀리서 언제나 엄마아빠가 열심히 응원하며 지켜주고 있음을 기억하고 웬만한 어려움은 이를 악물고 이겨내서 자랑스런 우리 아들로 남아주길 바란다.
알겠습니까!^^........ 소리가 작다~! .... 알겠습니까!!!^^
짜식~~! 잘 갔다와라.. 건강하게...
2009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 오후
훈이의 입대를 이틀 앞두고 아빠가 서운함에 쓴다....